펫샵과 소비

February 14, 2026

2025년 펫샵 현황을 검색하니까 '지속적인 감소'라는 키워드가 눈에 띈다. 펫샵은 줄어든다는데 왜 주변에는 말티푸와 렉돌만 보이는 것일까? 한국에서 펫샵은 불법이 아니다. 물론 펫샵에 가는 사람들도 불법을 저지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확히 왜 가는지, 그 이유가 타당한지는 한 번 확인해보자.

가장 흔한 이유는 "이왕이면 품종"이라는 말에 기대는 선택이다. 이왕 키울 거면 외모적으로 더 귀엽고, 더 예쁘다고 여겨지는 품종을 데려오고 싶다는 마음. 사소해 보이지만 그 마음이 시장을 움직인다. 그 귀여움의 트렌드는 미디어에서 시작된다. 드라마, 예능, 인플루언서, 숏폼. 어떤 강아지가 등장한 순간 유행이 되고, 귀여움의 표준이 된다. 표준이 생기면 수요가 생기고, 수요가 생기면 그 표준에 맞춘 아이들이 더 많이 태어난다.외모만의 문제도 아니다. 사람들은 순종이면 성향도 정해져 있다고 믿는다. 유전에 의해 품종별로 특정 성향이 나타날 확률은 높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확률이지 보장은 아니다. 같은 품종이라도 성격은 다 다르고, 환경과 사회화 시기, 경험에 따라 달라진다. 시츄가 예민할 수도 있고, 보더콜리인데 느긋할 수도 있다. 도베르만이 모험을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는 그 차이를 간과한 채 "품종이면 이렇다"로 결론을 내린다.

다음으로 많이 듣는 이유는"펫샵 아기들은 다 건강하고, 보호소 아이들은 나이 들고 병든 아이들만 있을 것 같아서"다. 다음 장에서 구조를 더 자세히 적겠지만, 보통의 펫샵 아이들이 '상품성' 있는 시기에 진열장에 올라가려면 모든 과정이 빠르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후 펫 전시장에 갇힌 아이들은 과연 얼마나 제대로 된 케어를 받을까. 반대로 보호소는 보통 몇십 마리가 있으니까 들어오기 전에 기본 검사를 한다. 안 하면 나머지 아이들도 전염되고 죽을 수 있으니까. "보호소에는 나이 많은 아이들만 있다"는 말도 품종 새끼만 찾을 경우 그렇지만, 믹스 새끼들은 매일 죽어나간다.

마지막으로 최근 많이 듣는 이야기는 "입양 절차가 간단해서", "보호소는 입양을 안 해줘서" 같은 이유들이다. 하지만 동물을 가족으로 들이는 일에는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 한두 달 키워보고 포기할 수 있는 간단한 일이 아니다. 입양 절차는 사설 쉼터나 개인 구조자마다 달라서 일반화할 수 없지만, 최소한 시 보호소에서 안락사를 앞둔 아이들은 1인 가정이라고 해서 무조건 거절하지는 않더라. 그런데도 내가 모르는 이유로 입양을 거절당했다면, 그건 어쩌면 내가 아직 동물을 키울 여건이 되는지 스스로 점검이 필요하다는 신호일 수 있다.

펫샵에서 판매되는 아이들은 거의 번식장에서 태어난다. 한국은 허가번호가 없는 곳에서 번식이 불가하니 번식장, 아니면 번식을 주로 하는 개인들이겠지. 번식장은 영어로 Puppy mill, 동물을 생산하는 공장이다. TV 동물농장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트라우마를 남긴 좁은 철장 안에서 평생 새끼만 낳는 어미견들, 제대로 관리도 안 되고 폐기되는 숫컷들이 번식장의 흔한 이미지다.

많은 사람들은 이게 불법 번식장에 국한된 이야기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2025년 강화도 허가 번식장에서 동물권 단체 연합인 루시의 친구들은 300여 마리의 미용 실습견과 번식견을 구조했다. 끔찍한 상황은 글만으로는 전달이 안 되니 이후 꼭 기사를 찾아보길 바란다. 오물에 절여진 강아지들, 자가치료라는 명목으로 번식장에서 제왕절개. 결과론적으로는 구조된 강아지들이 인간에게 옮길 수 있는 브루셀라병에 걸려 있었다. 이건 고치지도 못하고 인간한테 옮길 수도 있으니까 이 강아지들은 죽어야 한다.

번식장에서 나온 아이들은 이후 전국 최소 20곳 이상의 경매장으로 옮겨진다. 대전 유성구 코카갤러리는 최대 규모 경매장으로 알려져 있는데 강아지, 고양이 각 월평균 1000마리 이상이 이곳을 거쳐 간다. 강아지들은 투명 상자에 담겨 가장 말티푸같이 생긴 아이들은 비싼 가격이, 외모가 기대에 못 미치면 낙찰가는 계속 떨어진다. 경매에서 안 나가면? 떨이로 빠지거나 다시 번식장으로 돌아가는 무한 고통의 시스템이다.

운 좋게 펫샵에 들어가면 이제 6개월 생존게임이다. 현법상 생후 2개월 아이들만 팔 수 있다. 하지만 자본주의 세상에서 그 아이들은 2-3개월 후에 가치가 떨어진다. 분양가는 할인되고 떨이가 붙고 어떻게든 처리하려 한다. 안 되면 다시 번식장으로 돌아가는 수밖에. 그럼 그 2-3개월은 안전할까? 펫샵은 아이들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을 망가뜨린다. 한창 사회화를 배워서 평생 성격과 안정감에 영향을 주어야 하는 아이들이 좁은 진열장, 불특정 다수의 시선과 손, 유리 너머로 두드리는 소리, 제대로 된 산책도 놀이도 없는 전시되는 시간. 아이들은 불안과 흥분 또는 무기력을 배운다.